중소기업의 불황기 생존 수칙: ‘가짜 원가’부터 파악하라

불황기에 중소기업이 생존하려면 ‘가짜 원가’가 아닌 제품별 진짜 원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전통적인 재무제표 기반 원가계산은 설비 유휴비용·낭비·비효율을 감추어 잘못된 가격/생산 의사결정을 유발한다. TDABC는 생산 활동 시간에 기반하여 숨어 있는 손실과 이익지점을 정확히 드러내는 생존형 원가관리 방식이다.

중소기업의 불황기 생존 수칙: ‘가짜 원가’부터 파악하라

현재 우리나라는 끝이 보이지 않는 경기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많은 중소기업 대표님들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그리고 점점 더 치열해지는 가격 경쟁 속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매출은 줄어드는데 고정비 부담은 그대로이니,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많은 기업이 '매출 유지'라는 목표 아래 모든 제품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하지만 이는 회사의 현금 흐름을 망가뜨리고 생존을 위협하는 위험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두루뭉술한 원가 파악이 가져오는 치명적 판단 오류

1. 경쟁사의 가격 인하 정책, 우리 회사도 같이 낮추는 게 답일까요?


경쟁사가 공격적으로 제품 가격을 낮출 거라는 정보를 입수했습니다. 우리도 가격을 낮춰야 할까요? 만약 낮춘다면 어떤 제품을, 얼마나 낮춰야 할까요?
 

제품별 마진율을 아는 것 만으로도 전략적 가격 설정이 가능하다


정확한 원가 데이터를 모른다면 이 질문에 답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어, A 제품은 마진율이 30%이고 B 제품은 5%라고 해봅시다. 이 정보를 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마진이 충분한 A 제품의 가격을 15% 이상 과감하게 낮춰 매출을 방어하고, 마진이 거의 없는 B 제품은 가격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단종을 고려하는 전략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정확한 원가 계산은 이처럼 ‘선택과 집중’의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 제조기업은 이런 구체적인 원가 정보가 없습니다. 전문 회계 인력이 없어 경영 성과 보고를 위한 재무제표를 참고하거나, 엑셀을 통한 단순 원가 계산에 의지해 내부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결과 모든 제품의 가격을 선형적으로 5~10%씩 낮추는 선택을 하게 되고, 팔수록 손해인 B 제품을 계속 생산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2. 현 원가에 ‘잠자고 있는 설비 비용’이 숨어있지 않나요?


공장에는 이미 큰돈을 들여 구매했지만, 주문량 감소로 멈춰 서 있는 설비들이 꽤 있습니다. 기존의 원가계산 방식은 쉬고 있는 설비의 감가상각비까지 그 기간에 실제 생산된 제품들에 떠넘깁니다. 제품 원가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결과를 낳죠.

제품 원가에서 유휴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을 알 수 있다면 전략적인 제품 원가 조정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설비에서 발생하는 비용(유휴원가)'을 제품 원가에서 분리해 낼 수 있다면, 제품 원가가 생각보다 훨씬 낮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경쟁사들이 '치킨 게임' 수준으로 가격을 낮출 때도, 우리는 최소 3~5%의 추가적인 마진을 확보한 상태에서 가격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장기화되는 불황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제는 '감'이 아닌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원가 계산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복잡해진 생산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원가계산 방식의 한계가 지적되면서 새로운 원가 관리 방식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불황 속에서 숨겨진 이익을 찾아내는 원가 관리, TDABC

TDABC는 기업 성과 관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로버트 캐플란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새롭게 제안한 개념입니다. 단순히 원가를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의 비효율을 제거하고 숨어 있는 이익을 찾아내는 원가 관리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 시간기준 활동기준원가계산(TDABC, Time-Driven Activity-Based Costing):
자원 사용 ‘시간’을 기준으로 원가를 배분하는 방식. ‘자원 능력의 단위 시간당 원가’와 ‘활동 수행에 걸리는 시간’ 단 두 가지 정보로 간편하면서도 정확한 원가 계산이 가능합니다.


1. 제조 프로세스에서 비효율적인 활동 찾아내기

"우리 회사의 생산 과정 중 어떤 작업이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될까?"

TDABC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 있습니다. 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TDABC는 각 제조 프로세스마다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측정해 문제 해결을 위한 체계적 접근에 용이하다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과정이 '자재 준비 → 프레스 작업 → 용접 작업 → 도장 작업 → 품질 검사'의 5단계로 이루어진다고 해봅시다. TDABC를 통해 각 활동에 소요되는 실제 시간과 비용을 측정하면, '도장 작업'에 전체 시간의 40%가 소요된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제 '도장 작업 시간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라는 명확한 개선 과제가 생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조 기계를 새로 도입해 작업 시간을 10분 단축하면, 부품의 개당 원가를 3%나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가 3% 절감은 영업이익률을 극적으로 개선하는 열쇠가 됩니다.

이처럼 TDABC는 프로세스 개선을 통해 원가 절감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제시합니다. 뿐만 아니라 어떤 제품에 마케팅 예산을 집중해야 할지, 어떤 라인에 설비 투자를 늘려야 할지, 나아가 사업 포트폴리오를 어떻게 재편해야 할지 등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모든 경영 기획의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가 됩니다


2. TDABC, 더 이상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여기서 많은 중소기업 대표님들이 질문합니다. "좋은 건 알겠지만, TDABC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대기업이나 가능한 일 아닌가요?"

많은 대표님들이 비용과 시간, 인력의 부담 때문에 새로운 시스템 도입을 망설입니다. 하지만 이제 중소기업의 눈높이에 맞춘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솔루션이 있습니다. 복잡한 컨설팅이나 막대한 초기 투자 없이도 우리 회사의 진짜 원가를 파악하고, 비효율을 개선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가 무기가 되는 시기


경기 불황은 '버텨야 하는' 시기가 아니라, 데이터라는 새로운 무기를 장착하고 '치고 나갈' 기회입니다. 경쟁사가 무엇을 근거로 움직이는지 몰라 불안에 떠는 대신, 정확한 데이터를 손에 쥐고 시장의 판도를 읽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일수록 정확한 원가 데이터가 중소기업의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을 알려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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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원가 정보, 조직까지 뒤흔들다

잘못된 원가 정보, 조직까지 뒤흔들다

원가 정보가 부정확하면 기업의 수익성 판단과 전략적 의사결정이 왜곡됩니다. A사 사례처럼 손실 사업 철수, 불필요한 외주 비용 증가, 손실 고객을 우량 고객으로 오인하는 등 재무뿐 아니라 조직문화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본 글은 재무회계에 의존한 원가 산정의 한계를 짚고, 관리회계 기반의 원가 모델 전환이 왜 필요한지 설명합니다.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첫걸음, 원가정보 정확성 진단 가이드

정확한 의사결정을 위한 첫걸음, 원가정보 정확성 진단 가이드

원가 정보는 기업의 의사결정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핵심 데이터입니다. 그러나 전통적 원가 산출 방식은 제품·고객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해 전략적 판단을 왜곡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원가정보 정확성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는 8가지 질문을 제시하고, 더 정교한 원가 모델로 전환해야 할 시점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